에드먼튼,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

(11월21일/토) 다시 토요일입니다. 창밖을 보니 간밤에 눈이 내렸습니다. 실로 오랜만입니다. 에드먼튼의 겨울이 어째 싱겁게 시작한다 했더니 어허, 너무 안심하지 마시고, 잠깐만 지둘려봐 잉? 곧 나가서 눈을 치워야겠습니다. 아니 눈치우기 전에 동준이랑 성준이를 좀 굴려봐야 할까요?



그나저나 요즘 김성준의 떼가 보통 아니어서 그 엄마랑, 특히 참을성 부족한 그 아빠가 아주 고생하고 있습니다. 밤 10시가 넘어도 잘 생각을 않는 것은 물론, 같은 책을 네댓번을 되풀이해서 읽어줘도 더 읽어달랍니다. 문제는 그 책들이 중장비만 나오는 전문서적(?)이어서 저희 어른들로서는 별로 재미가 없다는 점입니다.

누가 사내아이 아니랄까봐 불도저!, 디거!, 콘크리트믹서!, 헬리콥터!, 다이노서!, 하고 고래고래 소리질러 대는데, 아주 저희는 귀청이 위태위태합니다. 어쨌든 김군의 중장비에 대한 남다른 관심 때문에, 저는 길을 가다가도 아래와 같은 장면만 나오면 사진을 찍습니다. 보여줘야죠. 디거~!!



by 준준이 | 2009/11/21 23:48 | 앨버타 이야기 | 트랙백

아침 커피, H1N1, 그리고 엄마의 그림

(11월7일/토) 주말 아침입니다. 등뒤로 따스한 아침 햇볕이 비치고 있습니다. 이맘때 마시는 커피 한 잔 (사실은 두 잔째)이 그렇게 씁쓸달콤할 수가 없습니다. 어제, 두 번의 시도 끝에 성준이의 H1N1 백신 접종에 성공했습니다. 갈 때마다 적어도 두세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질려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노약자와 일반 건강인을 불문하고 누구나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는 이른바 '오픈 폴리시'를 내세워, 그야말로 접종장마다 인산인해였고, 그 때문에 백신이 떨어져 잠시 예방 접종을 중단해야 하는 재난까지 만났습니다. 정부의 무능이 여실히 드러난 한 사례였습니다. 그 다음에는 '6개월~다섯 살 미만'의 아기와 어린이만 먼저 접종한다며 지난 목요일에 문을 다시 열었는데, 그 또한 줄이 너무 길어 엄마 혼자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제는 접종 재개 이틀째로 임산부가 그 대상 목록에 추가됐습니다. 회사를 작파하고 7시부터 줄을 섰습니다. 두 시간 전이라 한산했고, 제 차례는 일곱 번째였습니다. 기다림이 지루할 줄 알고 책을 싸들고 갔는데 양옆 아줌마들의 수다를 듣는 재미에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여덟시가 넘자 줄은 벌써 건물 복도를 채워 저 끝까지 이어졌습니다. 아홉시가 미처 되기 전에 엄마가 성준이를 데려 왔고, 세상이 떠나가라 왕왕 운 것만 제외하면서 접종은 아주 순조롭고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위 사진은 엄마가 성준이한테 그려준 여러 그림중 하나입니다. 사진 보는 것과, 길거리에 나서서 지나가는 차마다 꼭꼭 그 '정체'를 규명하는 것만으로는 성이 안차는지 성준이는 엄마와 아빠한테 그림을 그려내라고 성화입니다. 어린이 둘을 그리면 큰 아이는 동준 형아, 작은 아이는 성준이, 머리가 길면 엄마, 듬성듬성 턱수염이 달리거나 안경을 썼으면 아빠입니다.

by 준준이 | 2009/11/08 01:45 | 앨버타 이야기 | 트랙백

막대 사탕이 말러보다 강하다!










(10월25일/수) 또 한 주말이 실로 '살처럼' 지나갔습니다. 주말을 기다리며 한 주를 보낸다고 하면 웬지 좀 비참한 생각도 들고, 제대로 사는 게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 주말을 기다리고 고대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게 또 거짓말이겠지요. 위 비디오는 김성준이 형에게 책을 읽어주는 - 혹은 아빠에게 책을 읽을줄 안다고 자랑하는 - 장면입니다. 김군의 중장비 매혹은 죽 계속되는 중인데, 이따금씩 공룡으로 발전할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다이노서!'라고 외치는 데서 약간의 열정이랄까 관심이 묻어나거든요. 한편 김동준군은 엄마와 아빠에게 책 읽어달라는 주문 - 뤼더부끄! (Read a book) -을 자주 합니다. 동생이 책을 읽어주는 데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니 신기하고 대견합니다.











하지만 애는 애지 어디 가겠습니까. 사탕이 말러보다 강하다! 하나마나 한 이야기인가요? 위 비디오는 김성준군이 엄마의 트럼펫 연주 (흉내)에 맞춰 지휘를 하다가, 제 형이 막대사탕을 들고 있는 것을 보자 그리로 냉큼 달려가면서 '나도~!' 하는 장면입니다. 밖에 나가서 좀더 열심히 놀아야 할텐데 날씨는 점점 더 추워지기만 하니 걱정입니다. 눈밭에서 놀 방법을 고안하는 수밖에...

by 준준이 | 2009/10/26 12:09 | 앨버타 이야기 | 트랙백

김성준 군의 말러 5번, 그리고 '아픈 손가락'










(10월21일/수) 
요즘 김성준은 말러를 달고 삽니다. 특히 교향곡 5번의 맨앞부분, '바바바바...' 하는 트럼펫 독주 부분을 혼자 읖조리곤 합니다. 물론 리듬이나 박자가 맞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말러 5번을 흉내낸 것이라는 정도는 그 엄마와 아빠도 쉽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 아빠가 좀 표나게 말러만 틀어댄 탓이 크겠습니다. 모차르트 음악이 어린이의 지능 발달에 좋다는 말은 있어도 말러 음악이 그렇다는 말은 들어본 바 없어서, 혹시 안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도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그 음악이 요즘 세상에서 받는 평가를 생각해서, 아니 그보다는 제가 말러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감동의 풍경을 떠올리면서, 어린이에게도 괜찮을 것이라고 믿기로 했습니다. 


김성준군이 세상에 나온 이유중 하나는 성치 않은 그 형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그 부모의 이기심입니다. 그래서 아직 두 살밖에 안된 녀석이 형을 무시하는 듯한 기색이나 행동을 보일 때는 마음만 아픈 게 아니라 화도 납니다. 이미 세상에 나온 이상 부모의 의도나 바람과는 상관없이, 그도 어엿한 독립적 인격체라는 점을 이성으로 이해하면서도, 가슴은 그것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어제 저녁, 형이 수영장에서 갖고 노는 공을 달라고 보채길래 "쌩큐 형아"라고 하랬더니 이 녀석이 "노~!"라고 새된 소리로 반항했습니다. 그 말뜻을 제대로 알아듣고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그렇게 물어도 대답은 앙칼진 '노!'와 목청이 터져라 뿜어대는 울음이었습니다. 아직 어리니까 그런 거지, 라고 위안하려도 역시 마음 한 구석은 잉크를 엎지른 것처럼 검고 찜찜했습니다.

저녁때 잠자리에 누워 나잇나잇을 하는 김성준군에게, "이 세상에 형은 딱 하나뿐이야. 동준이형아한테는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이 세상에는 동준이형아뿐이야. 둘이 서로 사이좋게, 잘 살아야 하는거야, 오케이?" 했더니 이번에는 씨익 웃으면서 "오케이~!"라고 말했습니다. "형아랑 잘 지내야 돼?" "오케이."

어제와 오늘 아침 저녁으로 짙은 안개가 사위를 덮었습니다. 그만큼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크다는 뜻이겠지요. 가을이 저물고 있습니다
.

by 준준이 | 2009/10/22 11:06 | 앨버타 이야기 | 트랙백

꺼엉꺼 믹서! 피컵 트럭!

(10월11일) "비익 트럭!" "불도우자!" "피컵트럭!" "즈쿨뻐쓰!" 요즘 김성준이 중장비에 푹 빠져 있습니다. 가끔 다이노서(공룡)와 스파이더(거미)에도 조금씩 눈길을 주는 듯하지만 역시 중심은 중장비입니다. 포크레인(디거), 로더, 덤프 트럭(티퍼), 픽업 트럭 들이 실린 책을 끼고 삽니다. 차 타고 거리로 나서면 지나는 차들 보며 식별하기 바쁩니다 - 카아! 카아! 피컵 트럭! 피컵 트럭! 밴! 지루한 줄 모르고 계속 소리를 질러댑니다. 특히 트럭, 이라고 발음할 때 '럭'에 액센트를 줘서 들을 때마다 그 엄마와 아빠는 웃음을 실실 흘립니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시멘트 트럭인 '콘크리트 믹서'를 발음할 때인데, 뒤의 '리트' 부분을 생략하고 '껑꺼믹서!'라고 외칠 때면 절로 웃음이 납니다 (아래 비디오를 보시죠).









수영장에 거의 매일 갑니다. 특히 동준 엄마가 그렇습니다.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파운틴 파크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동준이 수영 강습이 30분씩 있고, 화, 목, 토에는 서버스 플레이스(Servus Place)로 수영을 갑니다. 캐나다 추수감사절이 낀 이번 주말에는 내일(월)이 휴일인 관계로 어제에 이어 오늘도 '또' 갔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좀 지겹고 피곤하다고 여기기도 하지만, 김동준군은 그조차도 부족하다는 표정입니다. 그야말로 '김동준 물사랑의 한계는 어디인가?'라고 묻고 싶을 지경입니다. 물론 답은 이미 나와 있지요. '한계는 없다. 물에서 살아야 한다.'





























위 사진은 그 서버스 플레이스 입구에 때이르게 -아닌가?- 선 핼로윈 장식입니다. 그러고 보니 2009년 한 해가 정말 많이 저물었습니다.

by 준준이 | 2009/10/12 12:31 | 앨버타 이야기 | 트랙백

10월, 3번의 추석, 그리고 저무는 2009년

(10월3일) 10월입니다. 추석이 막 지나가고 있습니다. 다음 주말은 캐나다 추석(Thanksgiving Day), 그리고 그로부터 다시 한 달쯤 뒤는 미국 추석입니다. 이제 한 해도 그렇게 저무는 모양입니다. 10월말, 또 한 번의 떠들썩한 - 경기가 여전히 차갑게 식어 있으니 그 여파로 예년보다는 좀 잠잠할까요? - 핼로윈이 지나고 나면 바야흐로 북미 지역은 '크리스마스 모드'로 즉각 전환될 터입니다. 그러면 2009년은 12월,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채 뜯어내기도 전에 'History'가 되고 말겠지요.  



김성준군의 '춤 사랑'은 요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쭈욱~! 오늘은 마이클 잭슨의 'Beat It'에 맞춰서 느닷없이 마이클 잭슨 못지 않게 날렵하고 날카로운 (!) 발차기 댄스를 선보였는데, 균형 잡는 데 약간 애를 먹은 것만 제외하면, 실로 프로펫쇼날의 솜씨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눈먼 부모 눈에만....!). 김동준군의 '스위밍 푸울라!' 타령도 물론 계절을 불문하고 계속됩니다. 그 덕택에 그 아빠와 엄마는 평소 부족한 운동을 보충하는 미처 예기치 못한 가외의 혜택도 어느 정도는 누리고 있습니다. 아빠는 성준이 허리 잡고 뱅뱅뱅 돌아치느라, 엄마는 한 손으로는 수영하는 척, 다른 한 손으로는 물을 찰박찰박 튀겨대며 딴짓하는 김동준 특유의 절륜한 '일수영법'(一手泳法)을 차단하고 어떻게든 제대로 된 수영을 가르쳐보려 그 뒤를 쫓아다니느라, 한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를 때가 많으니까요.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온가족이 함께라면 밥도 맛있고 죽도 별미입니다.

늦여름 기승에 에드먼튼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한 게 며칠 전이었습니다. 말이 씨가 되는 모양입니다. 그 직후 기온이 급강하해서, 이번 주부터는 아침 저녁으로 마이너스입니다. 내일 아침에 눈이나 비가 올 거라고 예보되었고, 다음주 초중 하루는 영하 10도까지 떨어질거라고 전망되었습니다. 가을 내음을 한가로이 즐길 틈도 없이, 곧바로 겨울이 비집고 들어옵니다. 계절이 그처럼 하수상한 탓인지, 토요일인데도 집 근처 도로 보수 공사는 분주하게 이어졌습니다. 일정보다 늦어진 탓도 있겠지만 계절의 변덕도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위 사진은 제가 엊그제 아침 출근길에 찍은 것입니다. 앞에 보이는, 오른쪽 꼭대기 귀퉁이에 IBM 마크 붙은 건물이 제가 다니는 앨버타주 교육부입니다.

by 준준이 | 2009/10/04 15:24 | 앨버타 이야기 | 트랙백

9월 - 새로운 시작

(9월1일) 드디어 9월이 열렸습니다. 오늘 동준이가 처음 세인트 앨버트의 학교에 갔습니다. 무척 긴장해서 좀 힘들었던 모양이지만 그런 대로 잘하더라고, 이곳의 학사 행정을 담당한 사람이 이메일로 알려주었습니다. 위 사진은 지난 주말, 에드먼튼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북 세일에서 찍은 것입니다. 이사 다닐 때는 지긋지긋한 게 책짐이지만, 그래도 평소에는 책만큼 좋은 벗이 따로 없지요. 페이퍼백 1불, 하드커버 2불이었는데, 개중에는 올해 나온 신간도 제법 있었습니다. 사람이 하도 많아 좀 버거웠지만 꽤 재미있을 법한 추리/범죄 소설을 제법 골랐습니다. 아내도 저도, 'whodunit' 통칭되는 범죄소설을 좋아합니다.
동준이와 성준이가 이곳에 와서 가장 좋아하게 된 곳중 하나가 위 사진속의 Servus Place입니다. 그야말로 세계적 수준이라 할 만한 체육 시설을 갖춘 곳인데, 그중에서도 수영장이 아주 걸작입니다. 어린이들 놀기 좋은 코스가 다양하고 친근하게 잘 꾸며져 있습니다. 동준이는 거의 매일 노래하듯 'Let's go to swimming pool~!'을 외칩니다. 

일주일에 적어도 두세 번은 가게 되는데, 아이들은 매일 안가는 게 불만인 모양이지만, 저희로서는 그도 꽤 벅찹니다. 특히 성준이가 아빠한테 찰거머리처럼 딱 붙어 있기 때문에 수영다운 수영 한 번 해볼 기회가 없습니다. ㅠ.ㅠ '적어도 두세번'이라는 계산은, 1년 정기권을 끊느라 지불한 '본전'을 얼마나 자주 그곳에 가야 뽑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으로부터 산출된 것입니다.

아직 모든 것이 서투르고 낯설고 어색합니다. 하지만 동네가 작아 사는 맛이 더 나는 듯합니다. 9월과 함께 가을도 시작되었습니다. 공원의 포플라와 느릅나무는 이미 잎을 떨구거나 그 색깔을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조금씩 바빠집니다.  

by 준준이 | 2009/09/02 23:44 | 앨버타 이야기 | 트랙백

김성준, 춤바람 나다!

김성준군이 춤바람이났습니다. 그것도 아주 단단히 났습니다. 약간의 리듬감이 느껴지는 음악이 나오면 어김없이, 득달같이 달려와 팔을 휘휘 젓고허리를 굽혔다 폈다 좌우로 흔들흔들 하면서 신나게 춤을 춥니다.

어젯밤에는 그야말로 춤바람이 폭발하여, 동서의 고전 댄스곡에맞춰 온갖 율동을 120% 선보였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율동이 느리면 느린대로, 빠르면 빠른대로, 제 나름 새로운율동까지 고안해 가며 그야말로 '열정의 무대'를 펼쳤던 것인데, 그중에서도 압권은 양 손가락을 하늘로 찌르는존 트라볼타식 디스코 무브였습니다. 한참 찌르다가, 본인도 대체 왜 그러는지 궁금했던 모양으로 잠깐 자기 손가락이 가리키는천장을 올려다보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댄서 영재교육을 심각히 고려해 봐야 할 모양입니다 (한국 학부모의 전형적인고질...하하).

by 준준이 | 2009/06/29 12:58 | 성준이 | 트랙백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